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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과 의사의 서재 - 하지현
    독서 2020. 12. 22. 00:54

    정신과 의사의 서재 - 하지현

     우리 회사의 1층에는 도서관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신간이 들어오고 새 책이 들어오는 날이면 이메일로 어떤 책이 도서관의 새 식구가 되었는지 알려준다. 12월 신착도서에 대한 이메일을 받고 어떤 책이 들어왔나 목록을 슥 보다가 괜찮아보이는 소설(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이 눈에 띄었다. 그 책을 빌리려고 사무실에서 도서관으로 내려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이런! 메일이 도착한지 불과 10분만에 다른사람이 빌려가버렸다. 이미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왔기에 빈 손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찬찬히 신착도서를 둘러보다가 적당한 두께와 짧은 호흡의 글들로 이루어진 "정신과 의사의 서재"를 골라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현 작가는 정신과 의사이며 책을 무척 좋아하고 많이 읽는 사람이다. 자신이 책을 읽는 방식과 독자에서 작가가 되며 느낀점을 이야기하고 정신과 의사로서 심리/정신분석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책을 소개해준다. 전체적으로 작가 본인의 독서경험이 많이 곁들여져있고 특정 도서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서 나 같이 최근에 독서를 시작한 사람(그래서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는 사람)이 읽기에 좋은 것 같다. 특히나 작가의 전공관련된 서적(정신심리학)을 추천할 때는 각 단계별 상황별로 어떤 책이 좋을것 같다고 알려주고 있는데 참고해 볼만 한 것 같다. 나도 각 챕터를 읽으면서 제목이 재미있거나 관심있었던 분야의 책을 장바구니에 몇 권 담아두었다.

     

    책을 내 것으로 만든다.

     

     책 읽기에 대한 책이다 보니 작가의 독서방식과 나의 독서습관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우선, 이 분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 나와의 차이점이었다. 최근에야 책읽기의 필요성을 느껴서 올 가을부터 독서를 취미로 삼은 나와는 다르게 어릴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셨던 것 같다. 두번째로는 책의 중요한 구절이나 인용할만한 부분은 사진으로, 메모로 꼼꼼히 정리해두신다는 것이었다. 이 분의 표현으로는 '책을 내것으로 만든다'고 하시는데 이렇게 저장해둔 자료들은 나중에 발표나 본인의 책을 쓰실때 활용한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나의 독서는 휘발성 독서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것이 싫어서 이렇게 기록하기 시작하긴 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때 읽었던 책의 구절을 인용하여 말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집중력있는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 읽기에 대한 책을 쓸 정도의 독서 수준을 가진 사람과 이런 부분을 비교하는것은 좀 웃기긴하다.

     

    작가 소개 읽기

    쓴맛 나는 책 읽기

    여행에 함께 할 책 고르기

     

     한편, 내가 나와 비슷한 점이라고 느꼈던 점은 크게 세가지 정도가 있었다. 첫째, 책의 작가소개 부분을 먼저 읽는 것.  다른 사람들은 작가소개나 머리말, 프롤로그, 에필로그같은 부분을 읽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부분을 꼭 보는 편이다. 이 책의 작가도 작가소개페이지를 읽는것을 탐색전이라고 표현한다. 각각의 작가소개는 작가가 독자에게 드러내고 싶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담은것이라며. 그 말을 듣고보니 이 책의 작가소개 페이지(하지현 작가 본인을 소개하는 책 날개)에 쓰인 글이 다시 한번 눈에들어왔다.

     둘째, 힘든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말만 해주는 책도 좋지만 쓴맛나는 책을 읽어야한다는 것. 내가 서점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애초에 책을 많이 안읽었기 때문에) 대학생때 서점에 가면 "힐링", "치유" 등등을 골자로한 책들이 참 많았다. 최근에 "규칙없음"을 살 때보니 "힐링"책들의 유행이 지났는지 많이 줄긴 했었지만. (그 자리는 부동산 및 재테크 책이 채우고있었다.) 여튼, 그 때부터 지금까지 힐링책들에 대한 내 생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런 출판물들은 상대가 듣고싶어하는 달달하고 간드러진 말만 해주면서 괴로운 상황에 적당히 안주 또는 그것을 외면하게하고 이겨낼 힘은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 작가는 나만큼 부정적이지는 않다. 다만, 힐링책도 좋지만 솔직하고 담담하게 때론 씁쓸하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라는 책에 대해 소개하면서 작가에 대해서도 말해주는데 인상부터 까칠한 할아버지라고 하길래 얼마나 까칠한지 검색해보니 진짜로 까칠해서 좀 웃겼었다. 

     셋째, 여행에 함께할 책 고르기. 나도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것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앞서 느낀점을 남겼던 "심판"도 친구 결혼식에 가는 기차 안에서 읽으려고 기차역 안 서점에서 급하게 읽은 책이다. 이 책 작가는 책을 읽으려고 1박2일을 여행을 떠난적도 있다는데 독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봄날의 책방" 이라는 통영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소개도 나오는데 남해의 봄날이라는 지역출판사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겸 서점이라고 한다. 3년전에 지옥같이 더울때 통영에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지옥같이 더워서 사실 통영에 대해서 좋은 기억 없었는데 다시 통영을 가봐야할 것 같다. 이번 1월에 인도에 갈 때 류시화작가의 인도 설화집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를 가져가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도 났다. 이 책 작가는 비행기 내, 기차 내, 호텔 내에서 읽고싶은 책을 구분해서 가져간다고 하는데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서 다음 여행때는 나도 실천해보려고 한다.

     

     11월부터 책을 읽기시작에서 2주에 한 권정도 책을 읽었다. 독서를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는 작가의 책과 책읽기에 대한 생각을 옅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 중에 내가 책과 책읽기를 대하는 방식과 비슷한 점이 있어 뿌듯했다. 물론 이제 시작임을 느꼈고, 작가가 추천해준 책 중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을 골라 읽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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