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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음 -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독서 2020. 12. 1. 00:05
회사를 다닌지 3년이 거의 다 되어가다 보니 문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굉장히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문제를 보아도 시도해볼만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거나 내 주관적인 의견없이 머릿속이 텅 비어있을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일단 책을 좀 읽고 머리를 식히면서 내 생각을 좀 정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사려고 서점에 갔더니 "규칙없음" 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컴퓨터를 전공하기도 했고 막연하게 미국 IT회사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심을 갖고 있어 대충 목차를 훑어보았다. 좀 지루한 표현을 빌리자면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에 대해서 넷플릭스의 CEO와 인사임원이 쓴 책이었다. 내용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책 같아서 읽어보기로 하였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있고, 4부로 나뉘어져 있다.
넷플릭스에는 휴가 규정이 없다! 이 책의 3장에서 다루는 주제로 실제로 넷플릭스에는 휴가 규정이 없다고 한다. 누가 언제 얼마만큼의 휴가를 가든지 상관이 없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1. 직원들이 휴가를 남용한다면?
2. 직원들이 휴가를 너무 안간다면?
실제로 리드 헤이스팅스도(넷플릭스 CEO,이 책 작가) 휴가 규정을 없애기 전에 이 부분을 굉장히 걱정했다고 한다. 우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리드 헤이스팅스는 우선 CEO인 자기가 휴가를 많이 가고, 매니저들에게 꼭 휴가를 가도록 한다고 한다. 단순히 휴가를 가라고 명령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원들과 안부를 묻거나 잠시 이야기를 나눌 때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가는지 묻거나 아니면 휴가를 다녀온 뒤에 본인의 휴가경험에 대해서 발표하는 세미나를 장려하는 방법을 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흥미로웠던 점은 나의 입사 후 휴가의 동기가 다른사람들의 질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탓인지 내가 게으른 탓인지 항상 연차를 연말까지 몇 개 사용하지 않았었다. 연말 즈음되면 회사 팀원들이 연차가 몇개 남았는지,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묻기 시작한다. 아무 생각과 계획이 없던 나는 그때부터 휴가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2년간 연차를 연말에 몰아서 사용했고, 출국 3주전쯤 비행기를 예매하여 해외여행을 다녀왔었다.
그렇다면 휴가를 마구 쓰는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1장에서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인재 철학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한다.
팀에 능력이 떨어지는 팀원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그 팀의 능률은 약 40% 저하된다.
그래서 이런 팀원은 빨리 퇴직금을 충분히 주고 내보내야한다고 한다. 그럼 "인재밀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런 직원들이 모여있으면 본인이 할 일을 하지 않고 휴가를 가버리는 걱정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사실은 1장을 다 읽고나서 밀려오는 미국 냄새에 거부감과 흥미가 동시에 들었다. 능력이 떨어지는 팀원 한명이 전체를 망치니 빨리 찾아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니까. 또한 내가 팀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한명이 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팀 전체가 동등한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는것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인재 철학에 대해서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미국냄새가 많이 났던) 이직인터뷰나 연봉협상에 대한 부분이었다. 넷플릭스에서는 직원에게 이직인터뷰요청이 들어오면 나갈것을 권장한다고 한다. 대신 얼마를 제안받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길 원하고 넷플릭스는 그 직원의 가치를 더 적절하게 평가해주고 싶어한다고 한다. 또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봉을 협상해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것은 단순히 그 직원이 낸 성과 뿐만 아니라 그 직원이 가진 기술의 시장성이라고 한다. 만약 같은 성과를 낸 두 직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직원이 가진 기술의 시장가치만큼의 연봉상승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성과를 냈어도 타사로부터 더 좋은 연봉을 받기 힘든 기술이면 굳이 그만큼의 연봉을 올려줄 필요가 없다. 또한 평범한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그 직원 가진 기술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어서 높은 연봉으로 이직을 제안받고있다면 그에 맞춰주어야한다. 이것에는 상한선을 두지 않고 못했다고 내리는 일은 없다고 한다.
1부는 인재 밀도를 높이고 유지하는 방법을 주로 이야기했다면 2부는 이렇게 걸러진 똑똑한 직원들을 믿고 맡기라고 한다. 앞서 휴가 규정을 없앴다는 것이 그 첫번째 예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에는 구매나 출장경비에 대한 규정도 없고 결재라인도 없다. 각 실무자들이 해당 사안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상급자들에게 허락을 구하는 일은 좋은 의사결정에 방해가 된다. 하지만 근거리 출장에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거나 쓸데없는 물품을 구입하는데 많은 돈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모든 의사결정은 넷플릭스에 이익이 되도록 해라.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실 책을 쓰기위해서 MSG를 과다하게 쓴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의 회사생활을 돌아보았을때 보안을 이유로 굉장히 많은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휴가 같은 것은 결재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넷플릭스 정도면 세계적인 기업인데 직원에게 자유와 결정권을 책에 나온만큼 부여할 수 있을까? 사실 잘 믿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빠르고 좀 더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하는데에 넷플릭스의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넷플릭스같은 빠르게 성장해왔고 성장하고있는 회사에는 몇몇 직원이 실수를 하더라도 직원들에게 의사결정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주는 것이 더 큰 이득이 될 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해고가 자유로우니까..)
3부와 4부는 직원들간의 솔직한 피드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부분은 평가와 고과와 관련이 된 부분인데 넷플릭스는 KPI(연간성과지표, 무슨약자인지는 까먹었다)같은 것을 설정해두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끊임없이 직원들간에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상하를 막론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라고 강조하는데, CEO인 리드헤이스팅스도 종종 "정답을 정해두고 회의를 해서 반대의견을 묵살한다"거나 "그렇게까지 다른 동료를 힐난할 필욘 없었다"등의 피드백을 부하직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또한 "키퍼테스트"라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매니저의 입장에서 좋은 인재를 고를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과연 저 직원이 이직을 한다고 하면 내가 가지 말라고 설득을 할까?
이 말에 자신있게 대답을 할 수 없으면 내보내는것이 맞다. 하지만 그 전에 솔직하게 직원에게 개선해야할 점에 대해서 말해주고 서로간의 의견을 교환하는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3부를 읽을때의 내 느낌은 직원을 너무 부품처럼 생각하지않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한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나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 뛰어난 동료들 사이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그들로부터 여러 피드백을 받을 생각을 하니 오래 다닐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사실 그 사이에 끼는것부터 걱정해야하긴 한다.)
이 책에서도 나오는 표현인데 결국 넷플릭스가 지향하고자 하는 문화는 "스포츠팀" 인 것 같다. 모두 각자의 포지션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팀의 승리를 위하는 축구팀.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비싼 특징도 넷플릭스가 말하는 직원의 시장가치를 평가한 연봉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고, 서로간의 끊임없는 피드백 또한 축구경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최고의 팀에 들어가기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 조직에서 재미있게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건 미국이니까 그렇지... 저건 그래도 우리나라 문화가 낫지... 라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컴퓨터를 전공한 젊은이로서 가슴뛰게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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